[Jamie Madigan은 www.psychologyofgames.com에서 심리학과 비디오 게임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시다면 패트론에서 저를 후원하거나, 제 책을 한번 구경해보세요.]
기나긴 3편의 게임을 통해 매스이펙트는 플레이어들이 탐험하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교한 SF 우주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잘 짜여진 각본과 배경스토리를 가진 캐릭터들은 다른 어떤 이야기와 비교하더라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인상깊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실용적이고 호감 가는 영혼을 가졌지만 인종학살의 원죄를 짊어진 외계인 의사 모르딘 솔러스는 모든 비디오 게임을 통틀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우주와 그 속의 이야기들, 등장인물, 성유 연기, 모션 캡처 기술, 다수의 분기를 가진 서사구조,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매스이펙트를 하며 보낸 엄청난 시간은 이 시리즈가 이번 세대의 콘솔 게임들 중에서도 최고의 경험이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매스이펙트는 놀랍도록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매스이펙트 3편의 엔딩 직전까지는 말이죠, 어쨌든 팬들은 그 순간에 모든 게 다 무너져버렸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사건은 Paul Tassi가 그의 책 "열성팬 전쟁: 미래의 비디오 게임을 위한 싸움"에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2편의 사랑받은 게임 이후 3편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플레이어들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켰지만, 매스이펙트3의 엔딩은 비디오 게임 역사상 최악의 엔딩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결말은 3편의 시리즈에서 플레이어가 내린 결정들을 모두 내던졌습니다. 3편의 시리즈 동안 플레이어들은 수십 가지의 중요한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 게임은 플레이어를 전 우주의 운명을 결정짓는 단 하나의 선택으로 귀결되도록 몰아넣었고, 과거의 선택들을 전부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엔딩은 감성적인 부분을 충족시키는 데에도 실패하였습니다. 애착을 가졌던 동료들은 게임의 최종장에서 그냥 사라져버리고, 플레이어가 어떤 종말을 선택하던 상관없이 똑같은 내용으로 저렴한 몽타주씬에서 살짝 언급되고 말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엔딩이 매스이펙트 시리즈 전체를 망쳐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쩐 일인지 매스이펙트는 겨우 최후의 몇 분 때문에 수십 시간이 넘는 좋은 기억을 모조리 망가뜨려버렸습니다. 제가 자주 방문하던 게임 게시판의 어떤 회원은 "엔딩을 보기까지 35시간이 걸렸는데 앞의 34시간 50분은 엄청났지만, 최후의 10분에 매스이펙트 시리즈에 대한 존경심은 제 부라리와 함께 바닥에 굴러떨어져 하수구에 퐁당 빠져버렸습니다."
이에 답하기 위해서 당신의 엉덩이에 무언가를 집어넣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아무거나 집어넣는 건 아니고, 대장 내시경을 시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장 내시경은 잘 아시다시피 카메라가 달린 휘어지는 막대를 환자의 대장에 집어넣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의사들은 대장을 직접 관찰하고, 암의 징후를 발견하거나 조직 검사에 필요한 검체를 직접 채집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마취약의 도움으로 환자들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도록 하지만, 1990년대에 환자들은 마취약 없이 견디고 고통스럽게 기억해야 했던 시술입니다.
그 시기에, 대장 내시경을 수없이 시술했던 Donald Redelmeir라는 의사는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함께 기억이 경험에 대한 평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하였습니다. 그들은 수분에서 수시간까지 걸리는 대장 내시경을 시술을 할 때, 환자들이 60초마다 1-10점까지 고통에 점수를 매기도록 하였습니다.
아래 두 환자의 고통 평가 점수를 한번 보세요:
어떤 환자가 대장 내시경 시술로 더 고통받았을까요? 시술이 더 오래 걸렸기 때문에 더 장시간 고통을 느낀 환자 B가 정답일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론 이렇습니다: 시술이 끝난 직후에 의사는 환자에게 "전체 시술 과정에서 느낀 불편함"을 10점 척도로 평가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카너먼은 이 연구를 통해 흥미로운 사실 2가지를 발견하였는데요, 이는 "극적인 마지막 순간 규칙(the peak end rule)"이라고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첫째로 의사가 내시경으로 4분을 쑤시던 40분을 쑤시든간에 시술시간은 전체 고통에 대한 평가점수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습니다. 둘째는 마지막 순간에 느낀 고통이 내시경 경험에 대한 전체 평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고, 대장 내시경에 대한 환자의 최종 평가는 마지막 순간에 느낀 고통의 강도와 시술 중 가장 심하게 느낀 고통의 강도를 통해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장시간의 고통스러운 시술의 경험은 마지막 겨우 몇 분 간만 고통스럽지 않게 해주면 잊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통의 최고점이 심하거나, 마지막 순간의 고통의 고통이 크다면 대장 내시경은 실제보다 훨씬 나쁘게 기억될 수 있습니다.
카너먼은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마지막 몇 분의 경험으로 전체 경험을 불공평하게 좋거나 나쁘다고 평가하는 이 연구결과를 확장하여, 우리의 삶에 적용할 방법을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경험은 마지막에 할 수 있도록 아껴두는 것이지요. 이는 또한 매스이펙트3와 같은 게임에서 실망스러운 엔딩이 게임 전체에 대한 우리의 기억마저 침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오랜 경험의 마지막 순간은(좋던 나쁘던) 그 경험에 대한 평가에 무엇보다도 가장 중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그렇다면 최종장이나 에필로그에서 좀 더 즐거운 경험을 했다면 게임에 대한 평가가 좋아질 수 있었을까요? 매스이펙트3의 경우 한참 후에나 출시되었지만, 애착을 가졌던 동료들과 함께 파티를 하고 여정을 마치게 되는 "시타델 DLC"같은 몇 분간의 즐거운 경험이 있었다면 매스이펙트 시리즈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평가가 크게 개선되었을지도 모릅니다.
[Jamie Madigan은 www.psychologyofgames.com에서 심리학과 비디오 게임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시다면 패트론에서 저를 후원하거나, 제 책을 한번 구경해보세요.]
Kahneman, D. (2011). Thinking, Fast and Slow. New York: Farrar, Straus and Giroux.
Redelmeier, D., & Kahneman, D. (1996). Patients’ memories of painful medical treatments: real-time and retrospective evaluations of two minimally invasive procedures. Pain, 66, 3–8.
Tassi, P. (2014). Fanboy Wars: The Fight For The Future Of Video Games. Forbes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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