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이템의 가격은 얼마가 적당할까요? 모든 부분 유료화 기획자들이 고민하지만, 대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개별 아이템의 정확한 가격을 책정하지 못 한 상태에서, 여러 아이템들을 패키지로 묶어(대부분 가챠폰의 형태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개별 아이템의 가격을 책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챠폰으로 아이템을 묶어 판매할 때 가챠폰의 가격을 기준으로 개별 아이템의 가격을 도출하는 계산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소개
모든 부분 유료화 게임은 게임플레이 보상으로 지급하는 재화가 있고, 지속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해 이러한 재화를 사용해서 성장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클래시 오브 클랜은 플레이어에게 골드와 엘릭서를 보상으로 지급하고, 이를 사용해서 다양한 건물을 강화합니다. 마찬가지로 서머너즈워는 플레이에게 마나/몬스터/룬을 보상으로 지급하는데, 몬스터와 룬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마나/몬스터/룬을 소모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따라서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게임 재화를 갈구하게 됩니다. (플레이어가 이러한 재화를 갈구하게 만드는 것이 게임 시스템 설계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따라서 구매력을 갖춘 플레이어에게 적정 가격을 제시하면 아이템을 구매합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들이 10,000 엘릭서를 ₩1,000원에 살까요? 혹은 10,000 엘릭서의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요? 이러한 질문은 수학적으로 답을 낼 수 있는 게 아니라, 경험과 직관을 통해 답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팔고 있는 아이템들의 정확한 가격을 알아야만 직관 경험을 통한 가격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현금 n원당 m개를 직접 판매하는 아이템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판매하는 아이템의 가격도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포켓몬 고를 예제로 게임 아이템의 가격을 계산하는 기술을 소개하겠습니다.
화폐
개별 게임 아이템의 가격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가격 계산의 기준점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게임은 독자적인 화폐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림1: 클래시 오브 클랜의 화폐]
클래시 오브 클랜은 화폐 시스템이 투명합니다. 원화 혹은 달러 등의 현금을 젬으로 교환하고, 그 젬은 정해진 비율로 게임 내 화폐인 골드, 엘릭서 그리고 다크 엘릭서로 교환됩니다.
반면에 포켓몬 고의 화폐 시스템은 투명하지 않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CoC 젬에 해당되는 포켓코인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게임을 어느 정도 플레이해 보면 별의가루와 사탕이 CoC의 골드/엘릭서와 마찬가지로 포켓몬 성장에 사용되는 화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별의 가루와 사탕은 CoC와 달리 포켓코인으로 직접 구매할 수는 없고, "알 부화기"를 사용해 간접적으로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림2: 포켓몬 고의 화폐]
이 글을 통해 포켓몬고의 화폐와 게임아이템 즉, 별의모래와 사탕 그리고 포켓몬 자체의 가격을 계산하는 방법을 설명하겠습니다. 포켓몬은 별의모래와 사탕을 사용해서 강화/진화하는데, 따라서 별의모래와 사탕의 가격을 알게되면 포켓몬의 가격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 가치 계산법
별의모래와 사탕의 가격은 알 부화기의 보상량 기댓값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산의 간소화를 위해서 몇 가지 가정을 정해야 합니다.
가정
- 소비자는 효용을 극대화하도록 행동한다.
- 노동의 가치는 0이다. 포켓몬 고의 플레이어는 돈을 아끼기 위해 몇km를 더 걷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사탕의 가치는 동일하다. [1]
1) 별의모래와 사탕의 상대적 가치 계산하기
포켓몬 강화에 별의모래와 사탕이 모두 사용되므로 강화 비용 테이블을 기준으로 별의모래와 사탕의 상대적인 가치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별의모래와 사탕은 서로 교환이 불가능하므로 80레벨까지 소모되는 스타더스트의 총량과 사탕의 총량은 동일한 가치를 가집니다. 1레벨 포켓몬을 80레벨까지 강화하는데 필요한 별의모래의 총량은 28만, 사탕의 총량은 320입니다. 따라서 계산식은 아래와 같습니다.[2]
2) 알 부화의 가격
소비자는 효용을 극대화하도록 행동하고, 노동의 가치는 0이라는 가정에 따라 소비자는 알 부화기를 오직 10km 알에만 사용합니다. 알 부화기 1개는 알 3개를 부화시킬 수 있습니다.
3) 10Km알의 보상 기대값
10km 알 아이템의 정확한 보상 데이터는 없지만, 유투브 비디오 데이터를 수집하여 각 알별 보상량을 추정해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여기까지 과정을 통해 별의모래와 사탕간의 상대적 가치를 계산하였고, ₩500으로 얻을 수 있는 별의모래와 사탕의 기댓값도 알게 되었습니다.
4) 포켓몬 고 아이템들의 가격
별의모래와 사탕의 가격은 아래와 같이 계산됩니다.
따라서 80Lv 포켓몬을 1마리 만드는 가격은 ₩6,567이 됩니다.
결론
이 글에서는 설명을 위해 계산을 최대한 단순화하였기 때문에 위에서 설명한 방법만으로는 게임 아이템의 가격을 정확히 계산할 수 없습니다. 아이템 가격 계산은 완전한 게임 데이터와 시스템 구조를 알고 있는 개발팀에서 수행해야 올바른 아이템 가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앞서 밝혔듯이, 위와 같은 계산을 수행하는 목적은 매출을 가장 많이 올릴 수 있는 최적 가격을 찾기 위한 게 아닙니다. 위와 같은 계산을 통해 개발사에서는 현재 판매하고 있는 상품의 가격을 기준으로 개별 게임 아이템의 가격을 계산하고, 이렇게 계산된 가격이 콘텐츠 보상양과 다른 매출 상품의 가격의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신규 상품으로 1시간 동안 포켓 스톱에서 일정 확률로 별의가루와 사탕을 습득할 수 있는 버프를 판매한다고 해봅시다. 이 새로운 별의가루/사탕 습득량 버프의 가격이 너무 비쌀 경우 판매량이 저조할 것이고 너무 저렴할 경우 알 부화기의 매출이 타격을 입게 됩니다.
부분유료화 게임 상품의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상품의 상대적인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 한 상품의 가격을 더 저렴하게 책정하거나, 더 비싸게 책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개발과정에서 의도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각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세심하게 설계한 결과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신규 상품으로 1시간 동안 포켓 스톱에서 일정 확률로 별의가루와 사탕을 습득할 수 있는 버프를 판매한다고 해봅시다. 이 새로운 별의가루/사탕 습득량 버프의 가격이 너무 비쌀 경우 판매량이 저조할 것이고 너무 저렴할 경우 알 부화기의 매출이 타격을 입게 됩니다.
부분유료화 게임 상품의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상품의 상대적인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 한 상품의 가격을 더 저렴하게 책정하거나, 더 비싸게 책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개발과정에서 의도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각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세심하게 설계한 결과여야 합니다.
미주/참고
[1] 사탕 종류별 가격 차이를 반영하려면 계산식이 훨씬 더 복잡해지기 때문에 생략하였습니다. 또한 이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포켓몬 종류별 확률까지 포함한 완전한 알 부화기 확률 데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3] 정확한 계산을 위해서는 진화에 사용되는 사탕의 양과 포획한 포켓몬의 평균적인 시작 레벨도 반영해야 합니다. 이 초기값들에 따라 총 사용되는 별의모래와 사탕의 양이 달라지게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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