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Mario + Rabbids inspired the creative director of XCOM to reevaluate the genre
6월에 마리오 + 래비드 킹덤 배틀을 처음 보았을 때, 저는 로스앤젤레스의 호텔방에서 E3 발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XCOM2: 선택된 자의 전쟁의 발표를 준비에 여념이 없었고, 닌텐도의 기자회견은 귀담아듣지 않고 있었습니다. 발표 내용은 "아미보"와 "요시"같은 부드러운 단어의 모호한 흐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중 "턴 방식 전략", "부분 엄폐" 와 같은 저에게 친숙한 단어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하던 일을 멈추고 닌텐도 기자회견 방송의 볼륨을 높였습니다.
그날의 경험은 제 커리어에서 가장 기이한 순간이었습니다. 루이지가 업폐물을 향해 미끄러져 숨더니 총을 움켜쥡니다. 이어서 마리오가 고지대에서 총탄을 쏟아내고 피치 공주가 50% 적중률로 적을 조준합니다.
제 휴대폰에 알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와 동료, 기자들이 저에게 문자와 이메일이 끊임없이 보내왔습니다 그들은 모두 "마리오로 XCOM을 만든 게 맞나요?"라는 질문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리오 + 래비드 킹덤 배틀은 결코 XCOM을 따라한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날의 충격적인 첫 대면 이후, 제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은 경쟁자의 등장에 의한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이었습니다.
Ubisoft Paris/Ubisoft Milan/Ubisoft
그날의 경험은 제 커리어에서 가장 기이한 순간이었습니다.
마리오 + 래비드 킹덤 배틀은 결코 XCOM의 아류작이 아니었습니다. 커버 시스템, 측면 기동을 비롯하여 XCOM과 비슷해 보이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지만, 킹덤 배틀의 전투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었습니다. XCOM에서 우리는 스크립트 된 플레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복잡한 AI, 절차적 지형 생성, 그리고 다양한 미션 목표와 병사 능력치 등을 만들어서 각각의 시스템들이 자동으로 상호작용하며 게임 플레이가 이루어지도록 개발했습니다. 우리는 플레이어가 특정한 미션을 언제 수행하게 될지, 어떤 적들이 등장하고 전장은 어떻게 구성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게임 기획자인 제 자신도 전투에 돌입하면 끊임없이 예상 못 했던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XCOM을 플레이하는데 "정답"은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전투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으면 그게 바로 정답입니다.
하지만 마리오 + 래비드 킹덤 배틀에는 명백한 "정답"이 존재합니다. 수작업으로 설계된 전투는 근본적으로는 플레이어가 풀어야 할 퍼즐입니다. XCOM에서는 플레이어가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 고려하지 않고 구성된 전투가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XCOM은 감정 없는 시스템의 집합체입니다. 제일 아끼던 병사가 죽었다고요? XCOM은 플레이어를 배려해 주지 않습니다. 규칙은 규칙이고, 실수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The Hunter, one of the Chosen in XCOM 2: War of the Chosen. | Firaxis Games/2K Games |
킹덤 배틀은 수많은 선택지 중에 오직 몇 개만 승리로 이어진다는 사실에서 긴장감이 발생합니다. 플레이어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전투를 패패로 이끌 위험이 있습니다. 게임 후반부 미션에 가면 선택의 범위는 더욱 좁아집니다. 하지만 심화되는 스트레스는, 킹덤 배틀에서 도입한 혁신적인 장치들로 완화됩니다. 서로를 발판으로 이리저리 뛰어오르는 이동은 놀랍도록 재미있고 역동적이며, 가까운 적을 슬라이딩 태클로 공격하거나 파이프를 오가며 다른 전장으로 이동하는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이토록 이질적인 요소들을 조합한 게임이 훌륭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악당 래비드들을 상대로 마리오와 그의 분대가 싸우는 턴 방식 전투와 퍼즐로 구성된 탐험을 합쳐 게임을 만든다고요? 글로만 봤을 땐 중학생이 공책이 끄적인 낙서 수준의 아이디어로 보입니다.
좋은 전략 게임은 신규 유저를 끌어들이고, 따라서 같은 장르를 개발하는 모두가 득을 봅니다.
마리오 + 래비드 킹덤 배틀을 플레이하면서 배꼽을 잡고 웃는 순간도 여럿 있었고, 유난히 잘 만든 메커니즘을 보며 질투심에 찌르르한 아픔을 느낀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게임 개발자들이 가장 만들고 싶어 하는 그 경험: 바로 어려운 도전과제를 극복한 황홀감도 느꼈습니다.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했던 장르의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느끼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들이었습니다.
마리오 + 래비드는 게임 기획에 대해 아직도 제가 배울게 많다는 사실을 깨우쳐 줬습니다. XCOM을 만드는 과정은 보람찼지만, 동시에 매우 고통스러웠습니다. 새로운 버전을 만들 때마다 완성품에 대한 확신도 갖지 못한 채, 수년간 장시간의 노동과 무거운 중압감과 싸워야만 했습니다. 무언가를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에서, 우리는 스스로가 올바르게 하고 있다는 거짓 확신을 갖게 됩니다. 게임의 코어 콘셉트를 혁신하는 시도는 위험할 뿐 아니라, 틀린 판단으로 느껴졌습니다. 게임 기획자로서 당신의 시야는 좁아지고, 핵심 기획에 대한 모든 비판은 이단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Ubisoft Paris/Ubisoft Milan/Ubisoft |
새로운 게임이 나타나 제가 고민했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과거에 제가 너무나 당연시했던 콘셉트에도 언제나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크나큰 기쁨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XCOM에서 병사가 이동하는 건 단순히 엄폐물A에서 엄폐물B로 달려가는 것뿐이었고, 턴 방식 게임은 언제나 그렇게 만들어져 왔었기 때문에 미래에도 개선될 여지는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마리오 + 래비드에서 이동은 동료를 발판으로 도움닫기를 하거나, 적을 슬라이딩 태클로 공격하거나 워프 터널로 굴러들어가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등의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 모든 선택이 무기를 발사하기도 전에 이루어졌습니다.- 킹덤 배틀에서의 캐릭터 이동은 매 턴마다 완전히 새로운 전략의 깊이를 더해주었습니다. 킹덤 배틀을 해보고 저는 XCOM에서 세웠던 기획 원칙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XCOM의 차기작에서 총천연색 색상의 말하는 식물이나 우스꽝스러운 숲속 생물들이 나올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XCOM의 캐릭터 이동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놀라지는 마세요. 이것이 마리오 + 래비드: 킹덤 배틀이 저에게 준 최고의 선물입니다. 킹덤 배틀은 저에게 훌륭한 적수(혹은 동료)이고 각자가 훌륭한 게임을 만들면 모두가 덕을 봅니다.
Jake Solomon is the creative director and design lead for XCOM at Firaxis 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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